빅토어의 손짓 하나하나에 끈이 당기듯 장막 너머 숨죽이고 있던 화려한 선율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태고의 침묵을 부수는 첫 번째 봄이며 우주를 가둔 빙산에 내리꽂힌 최초의 햇빛으로, 마에스트로는 어떤 악기도 잡지 않은 채 모든 악기를 연주했다. <센토레아를 위하여>는 조아라에서 연재가 완결된 후 우연히 작품 소개―역사의 규칙에 따라 규정되는 절대...
"너는 어떻게 할 거야? 킬라우나와 흐라그눔을 완전히 무찌르고 나면, 그러고도 살아남으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어?"저스틴은 대답하지 못했다. 멍한 눈빛과 떨리는 입술이 그 이후는 전혀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고 대신 대답해 주었다."난 살아남을 거야."시에나는 여전히 저스틴의 손을 잡은 채였다."그러니 너도 살아남아. 그러겠다는 생각으로 싸워." <시체...
노엄 촘스키는 20대 초반의 내게는 언어학자―대학교 1학년 때 촘스키의 언어학 강의를 보았던 기억이 강렬했던 탓일까―이었다면, 현재의 내게는 정치운동가나 아나키스트의 인상이 강하다. 언어학자로서 그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나의 관심사에 영향을 받은 것임에 가깝다. 대한민국이 점차 닮아가는 국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일본과 미국이 떠오른다. 미...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닌, 한동안 멈추었던 자유로운 독서를 다시 시작할 때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떤 책을 읽을까라는 결정이었다. 독서 습관을 다시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서적보다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흥미를 이끄는 이야기가 괜찮다고 생각했을 무렵에 지인에게 추천받은 서적이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이었다. <오류가 발생했습니...
지인 분과 함께 대학로에 뮤지컬 <땡큐 베리스트로베리>를 봤다. 대학로에서 연극/뮤지컬을 보는 건 2년 만이었는데, 하필 전날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속이 안 좋은 상태에서 관람하게 됐다. 아트원씨어터 시설이 꽤 쾌적한 편이라 극을 관람하는데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우선 스포일러 없는 선의 감상은 '연출이나 무대미술이 좋았던 만큼 시나리오가 아쉬...
마니에르 드 부아 두 번째 시리즈였던 <나쁜 장르의 B급 문화>에 뒤이어 세 번째 시리즈인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을 읽었다. 전작이 20·21세기 서양 대중 문화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었는 데 반하여,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은 현 외국 극우 정치세력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읽어내릴 수 ...
아나키스트들이 인간 조건에 관한 다른 어떤 점들은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작은 재산의 존엄함과 자주성을 얻고자 하는 충동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대중의 상상력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석이었다. '국민국가'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 이후 아나키즘에 관심이 생긴 나는 좀 더 쉽게 아나키즘에 다가갈 수 있는 서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하여 구매한 것이 바로...
한참 전에 구매했던 <왕의 도주>를 이제야 읽었다. 이번 책은 성직자 시민헌법과 반혁명 세력의 움직임, 왕이 도주하게 된 배경 등을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제목처럼 왕이 도주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도주하는 과정이었다. '더 읽을거리'에 실린 '왕이 파리를 떠나면서 모든 프랑스인에게 보내는 성명서'는 단순히 사...
<페미니즘과 섹시즘>을 사게 된 계기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관련 기사와 목차―그 중에서도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다'―를 보고 발매 전부터 기다리다 구매하게 됐다. 이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으로 나온 <나쁜 장르와 B급 문화>의 경우, 소설이나 비디오 게임을 제외한 다른 장르에 대한 지식이...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자본주의가 한반도에 심어지기 시작한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자본의 '역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따라서 일반 역사책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 대한민국 자본(재벌)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경제적 관점으로 조명한 이 책은 국가-재벌 관계의 역사를 드러내며 '시장사회'가 되어버린 현재 '금권적 과...
요즘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떠오르는 하나의 화제가 있다. 바로 혐오표현이다. <말이 칼이 될 때>는 지금 한국을 지배하는 혐오표현과 그 문제, 그리고 제재에 관해 다루고 있다. 2018년에 쓰인만큼 최근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며 막연했던 내 의견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었다. 나는 혐오표현의 제재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
<나쁜 장르의 B급 문화>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를 모아둔 서적으로, 몇 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쁜 장르의 B급 문화>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ー미국, 아랍, 인도, 알제리 등ー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내게 이 서적은 잘 모르던 문화를 새로이 알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잘 알지 못했기에 깊게 이해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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